오래된 골목을 천천히 걷는 일
관리자
web@gsdaily.co.kr | 2026-09-05 09:24:14
[일상수필] 익숙한 길에서 발견한 작은 변화
사진=Pixabay
늘 자동차로 지나던 골목을 걸었다. 목적지는 가까웠지만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였다. 오래된 간판 아래 새 화분이 놓였고 문을 닫았던 가게에는 다른 이름이 붙어 있었다.
골목은 빠르게 지나갈 때와 걸을 때 전혀 달랐다. 담장 틈의 나무와 낮은 의자, 택배 상자를 정리하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생활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몇 해 전 자주 들렀던 가게는 사라졌다. 정확히 언제 문을 닫았는지도 몰랐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보지 않았던 셈이다. 사라진 뒤에야 그 자리가 기억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았다.
동네를 안다는 말은 길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엇이 생기고 없어졌는지 살피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의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짧은 산책이었지만 골목은 오래 머물러 보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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