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세상

지방정치와 현실의 갭

최고야님 2026. 7. 8. 15:12

경기도의회 입구 자체촬영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마다 후보 결정이 분주하다. 예비후보 경선이 치열하다. 시기적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다. 허나 아직 진행 중인 곳도 여럿 있다. 지역 현장마다 여러번 선거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치열한 적은 없었다는 말이 들린다. 그만큼 판세가 다르다.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사실상 치우친다. 특정당 열풍이 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선거 때마다 심판론이 나온다. 그만큼 지자체장으로서 책무를 제대로 못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장은 수긍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틀린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임기 중에 해 온 정책과 행정을 실질적으로 측량하기는 쉽지 않다. 각각에 점수표가 달린 것도 아니고 득실의 결과를 유형화할 수도 없다.

 

그래도 그 결과에 대해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또는 안한 것인지는 시민들이 안다. 그래서 선거와 투표라는 수단을 통해 최종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 늘 그렇듯이 의혹과 주장이 나온다. 반박과 고소, 고발 등 법적 다툼이 이어진다. 들어보면 모두 합당하다. 각각이 다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반론이 거세다.

 

지역별로 상황의 편차가 있겠으나 파주시의 경우 유독 더했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다수 출마했다. 그 가운데 현역 시장도 있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채 경선에 나섰다. 시민의 삶을 지키는 일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이유였다.

 

이에 '현역 프리미엄'을 노린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여기에 휴대폰 대납 의혹 등 고소, 고발이 잇따랐다. 당연히 시장 측에서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경선은 진행돼 '현역'은 탈락했다. 아무리 부인한다해도 시민의 판단이 판을 갈랐다. 그런데도 일각에서 승복하지 않고 불복하고 이의제기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 여부가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이런 주장을 한다면 아쉬움이 커진다. 시쳇말로 '(자리에)있을 때 잘하지'라는 비아냥도 들려서다.

 

지자체장은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 그에 따른 책무가 큰 위치다. 그만큼 지자체장에게는 책무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유독 파주 지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한때 한 영화배우가 내세운 ‘의리’라는 말이 유행처럼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는 그가 주연한 영화 시리즈에서 의리가 강한 형사 캐릭터의 영향일 수도 있다.  넓게 보면 그의 ‘의리’ 신드롬은 형사 캐릭터가 큰 호응을 받은 시대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개봉한 1990년대 초의 시대적 흐름은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이동하던 때와 흐름을 같이 한다. 그 시기 신세대·X세대 담론 속에서 개인 성향과 선택이 우선됐다. 각각으로 관계가 가벼워진 대신 경쟁은 거세어졌다. 개인주의·탈권위주의에 무한경쟁 체제가 시대적 특징으로 거론됐다. 

 

이런 개인화·경쟁 현상 속에서 사람들은 이용 당함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내심 ‘배신하지 않는 관계’에 더 갈급하게 된다. 이에 개인주의가 커진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에 반응한다. 그렇기에 비록 영화지만 “내 사람이라서 지킨다”는 의리가 기억에 박힌다. 비리에 대한 시시비비는 구차한 일이 된다. 그의 무조건적인 의리는 상대적으로 일종의 해방감과 통쾌함을 전해준다. 차가운 법 집행자 대신 인간적인 의리를 앞세운 태도에서 뿌듯한 정서적 위안을 얻는 셈이다.

 

지금 시대적 상황도 이런 관계성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느닷없는 부정선거·재선거 주장에 논란이 커진다. 투표용지 부족 현상으로 빌미를 제공한 연유도 있다. 무엇보다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 크다. 시민들은 선거나 투표는 투명하고 공명정대하게 실시된다고 믿는다. 의심의 여지 없는 무조건적인 믿음이다. 

 

한데 이번 선거는 공정성이 생명인 이런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렸다는 문제 제기가 거세다. 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더 나은 과정을 위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정치권에서 낙선 후보가 제기한 당선인 재산 축소 신고 관련 논쟁은 맥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나 행정 절차의 적정성은 시민의 알 권리와 직결된다. 그럼에도 선거 뒤 당선인에 대한 공세가 정치적으로 치중되면 달라진다. 이는 정당한 검증보다 선거 불복의 성격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의혹은 선관위와 사법 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하고 정치권은 그 결과를 기다리는 절제가 필요하다. 지방선거 뒤에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 이어지면 안 되는 까닭이다. 논쟁이 길수록 시민을 위한 시정은 뒤로 밀리고 지방정치는 갈등만 남게 된다. 당선인 역시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는 법과 절차에 따라 성실히 응해야 한다. 그것이 선거 이후 지켜야 할 시민에 대한 의리이며 최소한의 신뢰다.

 

의리는 사람 관계에서 지켜야 할 도리다. 지역 정치에서 우선될 점 역시 시민 삶을 위해 지켜야 할 의리고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신뢰다. 

 

“의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경기도의원이 전한 한마디에 진심이 느껴진다. 대상이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진솔한 마음이 전해져 긴 여운이 남을 뿐이다. 이게 정치고 의리고 신뢰다.

 

출처 : 뉴스클레임 '지평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