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인 4일 오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본인 차량 등이 소화기 분말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다.
관리소 측에서는 "지난 3일 밤 9시30분 경 아이들이 B아파트 주차 차량 3대에 소화기 분말을 뿌려 경찰에 신고했으니 확인해 보라"고 알려줬다.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기 위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보니 누군가가 소화기로 차량을 훼손하고 도주한 상황이었다. 차량 전체가 분말로 하얗게 덮여 있었고 차량 앞쪽에서 분사한 것인지 라디에이터 그릴 안으로도 분말이 있었다.
곧바로 아파트 인근 경찰서 지구대에 가서 상황설명을 하고 빠른 처리를 당부했다. 현장 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그 아파트 차량 뿐만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자동차 피해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순간 나는 '어라, 이번 일이 단순히 '아이들 장난' 같은 일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차량을 훼손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타인의 재산을 손괴한 행위로 민·형사상의 책임이 있다.
이에 경찰관 2명과 함께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건 현장을 방문해 주차자량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심각성을 파악하고 폐쇄회로(CCTV) 촬영 상황을 확인해 보겠다며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지구대 관계자는 "관할 지역 경찰서에 사건 보고를 하고 조사를 하겠다"면서 "진행여부는 경찰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확한 피해 파악을 위해 차량 가입 손해보험사에 연락해 피해차량으로 접수했다. 담당자가 방문해 현장 상황 촬영 후 "가해자를 찾으면 피해 상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정차 차량에 물적 피해(물피)를 가한 후 연락처를 남기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는 이른바 '물피 도주'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물피 도주는 교통사고 외에 주·정차 차량 등을 훼손하고 후속조치 없이 도주하는 행위는 말한다.
결국 경찰 지구대에 가서 사건 접수 진술서를 쓰고 보험사에 연락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등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한편으로는 사건 장소가 자택 주차장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지 만약 업무차 외부에서 주차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차도 빼지 못하고 더 불편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해도 남의 재산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하는 행위가 더 큰 문제다.
이렇게 타인의 차량에 대해 피해를 주고 도망치는 물피도주는 가해자가 발뺌할 경우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없을 경우는 보상 받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고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도로교통법 제156조 10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벌금 액수나 처벌 수위가 낮아 되레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주차 차량에 대한 물피도주의 경우 승합차 13만원, 승용차 12만원, 이륜차 8만원의 범칙금과 함께 벌점 15점을 부과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물피도주도 '사고후 미조치'와 '인적사항(연락처) 미제공'의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과태료 12만원 등 각각 처벌이 약하지 않다.
피해 보상에 대해 자동차 보험사에 문의하니 "주차 차량 훼손사고는 일방적인 가해가 명백해 피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경찰서에서 자동차 블랙박스나 CCTV 등을 참고해 조사해도 특정인을 찾아내기까지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등 보상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혀 경찰 조사를 두고볼 일이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본격 장마 시작… 전국 호우 예보 속 장마철 안전운전 (0) | 2023.06.26 |
|---|---|
| 세월의 무상(無常) (0) | 2023.06.21 |
| 자동차검사, 온라인으로 재검 가능 (0) | 2023.05.31 |
| 셀피 전성시대 (0) | 2023.05.31 |
| 왜 이리 바쁘지? (0) | 202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