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주머니 속에 늘 다이어리 수첩 하나가 들어 있었다. 종이의 결을 따라 연필이나 볼펜으로 일정을 적고, 월중 행사를 빼곡히 기록하는 일이 하루의 마무리이자 시작이었다. 작은 수첩은 그해의 시간과 마음을 함께 묶어두는 저장고였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일정 사이사이에 남겨진 낙서와 메모가 당시의 공기와 감정을 고스란히 불러냈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다. 휴대전화 하나면 일정 관리부터 은행 업무까지 모두 가능하다. 손 안의 작은 기계가 컴퓨터가 되고, 다이어리는 화면 속 캘린더로 옮겨갔다. 편리함은 분명해졌지만, 종이를 넘길 때의 사각거림이나 잉크가 마르며 남기던 흔적은 기억 속으로만 남았다. 대신 우리는 터치 한 번으로 과거를 소환한다. 11월 하순이 되면 어김없이 마음이 먼저 겨울을 향한다.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