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운정중앙역·주복1BL·89B…
희망·가족·행복, 꿈은 이루어진다

기획·특집

가을 끝자락, 사색이 필요할 때 나들길을 걷다

최고야님 2023. 6. 15. 21:36

차가워진 날씨가 가을의 끝자락을 알려준다. 한 해를 지내오면서 거친 많은 시간. 내일을 위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다. 생각에 집중하려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 좋기 때문이다. 나름 여러 군데를 생각했지만 먼 곳은 가는 길에 지칠 듯해서 교외로 나섰다. ‘정신이 상쾌하고 영혼의 상처가 없는 사람에게는 바다 여행이 소용없다. 그러나 쓸쓸하고 혼란스럽고 가슴 아픈 사람들은 포구로 가라’고 읊은 곽재구 시인의 시구(詩句)처럼 포구가 있는 가까운 섬으로 향했다. / 편집자 주

▲황산도 육지화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황산포구. 고깃배들이 몰려 있는 모습이 포구 그대로다. ⓒ최고야님


■ ‘섬 속의 섬’ 간척지 공사 따라 육지화…황산포구는 명맥

강화군 길상면 황산도. 
황산도는 ‘섬 속의 섬’으로 유명하다. 면적 0.275㎢, 해안선 길이 2.24km의 작은 섬이다. 원래 대황산도와 소황산도로 이뤄졌으나 소황산도가 간척지 공사에 따라 연도교 2개가 건설되면서 사실상 육지화 됐다.

황산도로 이어지는 연도교 사이에 거대한 양식장처럼 저수지 형태의 낚시터가 보인다. 이곳은 오랜 기간 좌대 낚시터로 이용됐으나 강화군에서 해상공원 등 공공용지로 개발하기 위해 지금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황산 선착장. ⓒ최고야님


한때 많은 사람이 이용했을 법한 좌대 낚시터를 지나 황산 선착장으로 들어섰다. 크지는 않아도 많은 고깃배들이 하나의 그림처럼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대부분 1~7톤 규모의 비교적 작은 어선들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황산도항 어촌뉴딜사업 공사로 황산 어판장 상가는 모두 철시된 상태다. 배 이름을 딴 가게 간판들마저 부분부분 떨어져 나가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황산 선착장은 초지대교 바로 아래 위치해 초지대교 전경을 볼 수 있다. 큰 어선들도 지나갈 수 있도록 아치형으로 건설돼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초지대교 끝자락에 초지진 모습이 눈에 보인다. 강화도와 강화해협의 수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초지진과 그 뒤로 길게 이어진 초지대교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풍경이다.

 

▲해안산책로 공사 관계로 끊긴 나무 데크길. ⓒ최고야님


황산도에는 나무 데크 길로 이어지는 강화 나들길 8코스가 있다. 해안가로 연결된 나무 테크(deck) 길이 한가하게 늦가을을 느끼기에는 최고의 코스라고 할 수 있다.

황산도에 도착한 후 해안 데크 길을 따라 황산도항 선착장과 어판장 방향으로 도보여행(?)을 하려 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이런저런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 한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어촌뉴딜사업 시설공사에 따른 해안산책로 공사로 인해 해안 나무데크 길이 완전 폐쇄됐다. 사전 정보가 미흡했음을 탓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해안산책로 공사 관계로 강화나들길 8코스 안내판이 쓰러진채 방치돼 있다. ⓒ최고야님


'방법이 없을까’를 궁리하며 살펴보니 공사로 인해 쓰러져 있는 강화나들길 8코스 안내판 옆에 작은 산길이 보였다.

나무 데크 길로 가는 대신 높지 않은 산 같을 통해 넘으면 반대편 선착장에 도달할 것 같은 판단으로 비탈진 길을 조심히 올라갔다.

등산로처럼 길이 마련된 곳이 아니라서 해안 쪽으로 가면 높은 해안절벽이 있어 위험했다. 하지만 산 위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또 하나의 그림처럼 감탄스러웠다.

▲황산도 연도교 사이에 설치된 낚시터 모습. 강화군 개발계획에 따라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최고야님


산이다 보니 아무래도 해안가에 설치된 나무 테크 길 보다 높아 더욱 먼 곳까지 볼 수 있어 좋았다. 애당초 나무 데크 길을 걸으며 보려 했던 풍경보다 풍광이 뛰어났다.

그래도 나무 데크 길을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 한 목적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 쓰러진 강화나들길 8코스 안내판을 뒤로 하고 해안으로 걸어갔다.

나무 데크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채 마치 채석장처럼 많은 돌이 어지러이 쌓여 있었다.

나무 데크가 없어지자 해안가에 바다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몰려 있었다. 나들길에 속한 나무 데크 길이 운영되던 시절에는 낚시 행위가 전면 금지됐었다.

‘많이 잡으셨나’ 생각으로 어망을 들여다보니 고기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세월을 낚는 듯’ 무심하게 낚시찌만 바라보는 그들을 지나쳐 해안가를 돌아서 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각목 몇개가 데크에 연결돼 있어 위험스레 올라갈 수 있었다. ⓒ최고야님


단계적으로 공사를 하는 때문인지 반대쪽 나무 데크 길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노다지를 발견한 광부의 마음 같지는 않겠지만 잃었던 물건을 되찾은 듯한 반가움으로 다가갔다.

중간 휴식처 공간이었을 만한 둥그런 데크만 있을 뿐 이곳과 이어져 있던 기다랗게 생긴 데크는 끊어져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공사장 인부들이 사용했을 만한 나무다리(?) 같은 긴 각목 몇 개가 지상과 데크에 걸쳐져 있었다.

이를 밟고 올라서니 흔들거렸지만 데크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공사로 중단된 데크 길이고 ‘노후 및 파손으로 인한 보수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도 있었지만 취재를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

한쪽으로만 이어진 나무 데크 길을 걸으며 바다 위에 떠 있는 많은 어선들의 고기잡이 풍경과 멀리 인천대교까지 보이는 풍광을 보면서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나무 데크 길에서 본 고깃배들의 어로 풍경이 평롸롭게 느껴진다. ⓒ최고야님


고요한 바다, 하늘 높이 떠 있는 해, 허공을 향해 나는 수많은 갈매기, 어선에서 움직이는 어민들의 분주한 삶의 현장, 뜨거운 가을볕에도 여유로운 낚시꾼들...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라는 시간에 머물다가 어느덧 과거가 돼버리는 시간의 순환되는 생(生)을 살고 있다.

해안산책로 공사로 인해 처음에 의도한 대로 황산도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유유자적하게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 한 계획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절반이라도 기대만큼의 ‘성과’가 있다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개발에 밀려 사라져가는 자연과 환경 그리고 삶의 휴식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이런 요소들은 지치고 힘든 도시 생활에 힘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데크 길을 되돌아 나오며 이곳이 적막한 도시에서 힐링·워라밸 등 ‘힘든 만큼 상대적으로 얻기를 바라는’ 기대가 채워지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