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북한에서 연일 포 사격을 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북한과 지척에 있는 연평도와 교통도·강화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높아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의 위기에 맞서 싸웠던 호국정신이 절실히 생각났다. 초지진 등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현장이 많은 강화도가 더욱 돋보였다. 강화도는 한강과 임진강·예성강이 교차하는 경기만(灣) 중심부에 위치해 경제·문화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다.
특히 갯벌이 넓고 물살이 세서 접근이 쉽지 않은 천혜의 요새다. 고려·조선시대에는 수도(首都)로 가는 관문이며 이곳을 수호함으로써 나라의 위기, 즉 국난을 극복하는 보루(堡壘)의 역할이 엄중했다.
이에 강화의 보루 유적인 5진 7보 가운데 한 곳인 월곶진을 가보기로 했다. 호국 안보의 상징이며 인근에 연미정과 평화전망대가 있어 더욱 의미를 더했다. / 편집자 주
■ 5진·7보·53돈대 등 곳곳 유적지…‘국난극복 보루’ 역할 엄중

북한과의 긴장감은 역사와 함께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핵 개발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월곶돈대가 있는 월곶진과 연미정을 찾았다. 이곳으로 가려면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읍 방면에서 강화일반산업단지를 거쳐 동문로를 통해 회전교차로로 이동하는 경로가 있다.
하지만 안보 의식을 높이는 차원에서 한강변으로 철책선이 처진 해안도로로 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다. 더구나 해안도로에는 철책선과 함께 6.25참전용사 기념공원과 고려천도공원도 있어 더욱 뜻깊다.

월곶돈대와 월미정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로 가기는 쉽지 않다.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진입해야 하기에 자칫하면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길을 내려가면서 바로 우회전 후 직진하면 해안도로로 연결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6.25참전용사 기념공원이 나온다. 여기에 들러 잠시 호국정신을 되새기는 것도 좋다.
6.25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연미정과 돈대가 있는 월곶진으로 향했다. 이곳은 남으로 강화해협인 염하와 연결되고 북으로는 한강과 임진강의 하구인 조강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강화도 돌출부인 월곶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수호하는 월곶돈대는 조선 숙종 5년(1679)에 강화유수 윤이제가 전략적으로 정비해 동서 47m 남북 38m의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 강화평화전망대, NLL 직선거리 2.3km…북한 개풍군 지척에

강화 유적에 많은 진과 돈대·보 등 낯선 명칭에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진(鎭)은 ‘진압하다’라는 뜻처럼 외적을 진압하기 위해 주요 요충지에 설치해 놓은 것이며, 보(堡)는 흙과 돌로 쌓은 작은 성을 말한다. 돈대(墩臺)는 성곽 시설의 하나로, 성벽 위에 석재 또는 전(塼)으로 쌓아 망루와 포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높직한 누각(樓閣)을 말한다.
강화도에는 모두 5진 7보가 있는데, 해안선을 따라 53곳에 있는 53돈대를 관할하는 시설을 말한다. 진과 보는 모두 조선시대 군대로 진은 현재의 대대, 보는 중대 규모에 해당한다. 진·보는 상하관계가 아니며, 하부 조직으로 53돈대가 소속돼 있다.
5진은 월곶진·제물진·용진진·덕진진·초지진이며, 7보는 광성보·선두보·장곶보·정포보·인화보·철곶보·승천보가 있다.
53돈대는 갑곶돈대·계룡돈대·덕진돈대·택지돈대·장곶돈대·광성돈대·선수돈대(송강돈대)·무태돈대·좌강돈대·초지돈대·삼암돈대·분오리돈대·손돌목돈대·가리산돈대·걸곶돈대·건평돈대·검암돈대·광암돈대·굴암돈대·귀등돈대·낙성돈대·동검돈대·망양돈대·망월돈대·망해돈대·미곶돈대·북일곶돈대·불장돈대·빙현돈대·섬암돈대·석각돈대·석우돈대·숙룡돈대·속우돈대·송곶돈대·양암돈대·오두돈대·염주돈대·옥창돈대·용강돈대·월곶돈대·의두돈대·인화돈대·작성돈대·장자평돈대·적북돈대·제승돈대·천진돈대·철북돈대·추루돈대·화도돈대·후애돈대·휴암돈대 등으로 모두 국방유적에 속한다.

주차장에서 길을 건너니 바로 큰 성문이 있다. 월곶진의 문루인 조해루(朝海樓)로서, 고려시대에 강화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검문소 역할을 했으며, 월곶돈대와 연결된다. 조해루는 당시 몽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강화외성 6개 문루인 조해루·복파루·진해루·참경루·공조루·안해루) 중 하나로 2011년에 복원됐다.
이곳과 이어진 월곶돈대로 올라가니 내부에 연미정(燕尾亭)이 우아하게 세워져 있다. 연미정은 조선 중기 무신인 황형(黃衡)이 외침 제압에 큰 공을 세워 이를 치하하며 조정에서 하사한 정자다.
정자 위치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데, 강화해협으로 흘러가는 물길 모양이 마치 제비 꼬리와 같아서 정자 이름을 제비 연(燕) 꼬리 미(尾) 자를 써서 연미정으로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원래 연미정을 중심으로 좌·우측에 수령 500년이 넘은 보호수로 느티나무 2그루가 있었다. 2019년 9월 한반도에 몰아친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정자 오른편에 있던 보호수가 부러져 고사했다.
왼쪽 보호수도 지상부 약 1m 정도 남기고 부러졌으나 그루터기에서 맹아(萌芽)들이 나와 자라고 있어 후계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강화군에서 보호, 관리하고 있다.

월곶돈대와 연미정에서 한강 너머로 북한 개풍군이 어렴풋이 보였다. 이에 예성강과 개성공단이 있는 개풍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로 향했다.
월곶돈대 주차장에서 평화전망대 방면으로 가자 곧바로 해병대 검문소가 나왔다. 예전에 강화에서 교동도를 방문할 때처럼 간단한 신원 확인 후 민간인통제구역 임시 출입증을 받았다.
다시 철책선이 처진 해안도로를 따라 약 6km 정도 지났을 지점에 고려천도공원이 보였다. 이곳은 고려시대 고종이 몽골전쟁 때 항쟁을 위해 도읍을 강화도로 옮긴 강화천도를 기념하기 위해 1만2000㎡ 규모의 역사 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
외세 침입에 맞서 수도마저 옮겨가며 대항했던 고려와 강화의 역사를 새기며 다시 해안로로 나섰다. 약 4km 정도를 올라가면 남북1.8평화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 주차한 후 도보로 약 270여m를 올라가면 강화평화전망대가 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면 오르막길로 가파르다. 천천히 걸어 올라와도 북한 지역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숨이 찬다.
■ 망배단에서 이산가족 ‘望鄕祭’ 큰 슬픔…상호왕래 실현 기원

강화군 양사면 제적봉에 위치한 강화평화전망대는 지상 4층 규모의 건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직선거리로 2.3km에 불과해 북한 개풍군이 지척에 보인다.
해안가를 건너 왼쪽에 북한 예성강과 오른쪽으로 개성공단이 있다. 위쪽으로는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역을 경계로 김포 애기봉 전망대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일산신도시 지역까지 보인다.
2층 외부에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와 망배단이 설치돼 있어 이산가족 등이 망향제(望鄕祭)를 지내기도 한다.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국가적으로 통일이 어려우면 이산가족들이라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멀리 북한 땅을 바라보며 이산가족의 아픔을 생각하며 돌아가는 길이 허전하다.
돌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6.25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강화평화전망대 일대를 탐방한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지만 유적지 곳곳에서 느낀 역사의식은 호국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오늘 하루, 왕래 길이 해안도로로 막힘없이 쾌주할 수 있었던 것처럼 ‘통일에 앞서 이산가족 상호 왕래에 대한 남북한의 논의도 쾌주하게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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