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세상

제목에 이끌려 읽고 40년 넘도록 기억하는 바로 그 책

최고야님 2026. 9. 28. 22:47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세 단어에 담긴 의미 
'삶의 바탕은 사랑'이란 삶의 깨달음 이어져

 

대학 캠퍼스에서 책을 읽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책을 고를 때 책 제목에 먼저 끌릴 때가 있습니다. 40여 년 전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Living, Loving & Learning)'가 그랬습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렇게 짧은 세 단어를 보는 순간 '저 말은 살아가는 삶의 태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만으로 책을 선택했고 그 제목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책을 읽고 나서는 제목의 의미가 더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삶을 이루는 세 가지를 ‘살며·사랑하며·배우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세 가지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다는 '지침'을 받았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뿐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것,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 삶을 배우는 것까지 사랑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때는 대학시절이었습니다. 공고를 나와 준비하다보니 1년 늦게 들어간 대학이지만 입학 후 친구들과 어울리고 MT와 LT를 다니며 캠퍼스의 낭만을 즐겼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함성이 대학가에서 외쳐나오던 시절이었고 학회장으로 시대에 앞장섰습니다. 한편으로는 입학 때부터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주말이면 고아원을 다니고 여름이면 농촌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런 청춘 시절이기에 이 책의 제목이 더 강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캠퍼스에서는 청춘을 즐겼고 복학 후에는 부당함에 맞섰으며, 봉사활동을 통해서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가 그 모든 삶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보게 했습니다.

책에서 `사랑은 태도를 변화시키는 매개체`부터 `본래의 ‘나’로 돌아가자`, `완전한 인간이 되는 기술`, `삶으로부터 배우는 것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자`, `내 속의 쓰레기를 버리자` 등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내용은 소중한 교훈이 됩니다.

모두 사랑을 연애나 감정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자아·관계·성장·삶의 태도 전체로 넓혀가는 의미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는 저자 버스카글리아가 자신의 강연을 삶에 관한 생각과 느낌을 독자들과 나누는 하나의 ‘다리’에 비유한 뜻을 알게 합니다. 

그는 다리를 건널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며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자유 역시 독자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에게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자신이 살아가며 얻은 생각을 건네고 각자가 삶에서 답을 찾아가게 하는 책인 셈입니다.

젊었을 때는 사랑이라는 말에 마음이 갔습니다. 하지만 이후 40여 년을 더 살아온 지금은 ‘배우며’라는 말도 그만큼 크게 다가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자신이 옳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다른 세대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을 내려놓는 것 역시 평생 배워야 할 일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사랑의 의미입니다. 살아보니 사람에 행복했고 사람에 힘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았고 저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저절로 완성되는 감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버스카글리아의 이야기가 이제서야 실감난다면 너무 늦은 것일까요.

40여 년 전 대학에서 읽은 책의 문장을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제목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쳤고 읽은 뒤에는 인생의 모든 것에 사랑이 바탕을 이룬다고 알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은 내용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느냐보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생각이 오랫동안 삶에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 한 권의 책이 살면서 사랑을 배우고, 사랑하면서 배우고, 삶을 배워가는 것을 알게 합니다.

그렇게 40여 년 전 나를 이끈 책 제목을 아직껏 기억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세 단어가 삶의 지침으로 계속돼 온 것이라는 나름의 소중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