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사람 이름이 아니라고?… 백구옥에 가니 100년 세월이 있었다

최고야님 2026. 10. 1. 21:55

오랜 풍파 견뎌낸 제주 전통 돌집의 형태 고스란히 간직
검은 돌담 너머로 펼쳐지는 평대리 바다 풍광 오션뷰 만끽
성게·톳·흑돼지 맛 일품… 오래된 제주집에 오늘의 제주맛

제주 백년 전통가옥 백구옥 전경. 사진=newsnlog

 

제주 동쪽 해안도로를 달리다 구좌읍 평대리에 들어서면 바다와 돌담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올여름 제주 여행길에서 찾은 ‘백구옥’도 그 길에 있었습니다.

백구옥. 처음 식당 이름을 들었을 때는 사람 이름인가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백년 된 구옥(舊屋)’으로 의미가 깊었습니다. 오랜 풍파의 세월을 견딘 제주 전통가옥을 살려 음식점으로 꾸민 데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당에 들어서니 풍경부터 달리 보였습니다. 낮은 지붕 아래 검은 제주 돌로 쌓은 벽이 남아 있고, 그 앞으로 제법 넓은 잔디마당이 펼쳐집니다. 돌담과 나무, 오래된 집의 형태를 새것처럼 꾸미지 않은 전통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백구옥 입구에서 본 널찍한 마당. 사진=newsnlog

 

“따뜻한 순간이 머무는 자리, 바다 건너온 햇살처럼”
제주 백년 전통가옥 모습

마당 한쪽 나무판에 적혀 있는 글귀가 이 집을 설명하는 긴 문장보다 더 잘 어울렸습니다.

 

백년 된 제주 구옥과 평대리 바다 그리고 정갈한 음식이 이루는 삼위일체.

이들이 모여 여기에 절로 빠져들게 하는 백구옥의 ‘멋’이 완성됩니다.

 

멋스런 백년 구옥에서 오늘의 제주 정갈한 맛을 느끼고

 

그렇게 멋스런 구옥에서 성게를 활용한 국수와 김밥, 해초류가 담긴 음식에 제주산 흑돼지를 이용한 돈가스와 오징어튀김을 함께 즐깁니다.

 

백구옥의 정갈한 음식. 사진=newsnlog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국수는 화려한 장식보다 넉넉한 한 끼라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면 위로 지단·김·채소와 해초류가 올라가고, 곁에는 김치와 장아찌·나물 등이 정갈하게 따라 나왔습니다.

 

바삭하게 튀겨낸 음식 옆으로 김밥이 놓이고 그 위에 노란 성게가 올라갑니다. 육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김밥이지만 제주 바닷가에서 성게를 얹어 먹으니 맛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백년 된 오래된 제주가옥이라고 해도 옛 음식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구옥이라는 공간 안에 성게·톳·흑돼지 등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지금의 음식이 있습니다. 백 년을 살아온 제주 집 안에서 오늘의 제주를 먹는 셈입니다.

 

마당으로 나오면 낮은 제주 돌집과 잔디마당이 있고, 그 너머에는 평대리 바다가 이어집니다.

이런 풍경이 음식점보다 오래된 전통이 담겨 있는 관광지를 둘러보고 가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백년 세월의 오래된 돌집에서 정갈한 현재의 음식을 먹고 마당에서 제주 하늘을 보고 가까이에서 바다를 만났습니다.

 

백구옥 이름에는 백년의 세월이 있었고, 상 위에는 지금의 제주가 놓여 있고, 창밖에는 드넓은 제주 바다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백구옥은 오랜 세월만큼이나 오랜 기억으로 남은 맛과 멋의 추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