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대하·꽃게부터 버섯·고구마까지 가을 식탁 '풍성'
제철에 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 여행길에 먹어도 제격
가을이 오면 입맛부터 달라집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음식부터 찾았다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이맘때부터는 구이나 찜, 따뜻한 국물 같은 음식이 자연스럽게 생각납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말까지 있으니 가을에 유독 먹을 것이 당기는 것도 계절 탓으로 돌리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가을 식탁이 풍성한 데는 제철을 맞는 먹거리가 많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전어와 대하, 꽃게처럼 가을을 대표하는 수산물이 있고 산과 들에서는 버섯과 고구마 같은 먹거리가 제맛을 냅니다. 가을 여행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먹을까’가 즐거운 고민이 되는 계절입니다.

냄새부터 가을 느낌… 전어·대하·꽃게 먹거리 여행
가을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전어입니다. 흔히 ‘가을 전어’라는 말 자체가 계절 음식의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전어는 회로 먹기도 하지만 가을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구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며 풍기는 냄새부터 가을의 기억과 연결됩니다. 뼈째 썰어 먹는 회의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노릇하게 구워진 전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하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소금 위에 올려 익히면 회색빛이던 몸이 붉게 변하고 껍질을 벗기면 탱글한 속살이 나옵니다. 특별한 양념을 많이 더하지 않아도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꽃게 역시 가을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주인공입니다. 찜으로 먹거나 탕을 끓이고, 양념이나 간장을 이용한 게장으로도 즐깁니다. 꽃게를 넣고 끓인 국물은 날씨가 서늘해질수록 더욱 당깁니다.
전어·대하·꽃게는 단순히 한 끼 음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가을 여행과 먹거리를 함께 즐기는 소재가 됩니다. 바다를 보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본 뒤 제철 수산물로 식사를 하면 그 자체가 하루 여행 코스가 됩니다.
산과 들에도 가을맛… 버섯·고구마에 계절 느껴
바다에 전어와 대하가 있다면 산과 들에서는 버섯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버섯은 종류에 따라 향과 식감이 크게 다릅니다. 구워 먹기도 하고 전골이나 찌개에 넣기도 합니다. 고기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리고 다른 채소와 볶아 반찬으로 만들기도 좋아 가을 식탁에서 활용하기 좋은 재료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간식 가운데 하나는 고구마입니다. 요즘에는 에어프라이어나 오븐 등을 이용해 집에서도 쉽게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지만, 예전 겨울 길거리에서 만나던 군고구마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뜨거운 고구마를 반으로 가르면 김이 올라오고 노란 속살이 드러납니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따뜻한 고구마 하나가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고구마는 굽거나 쪄서 그대로 먹는 것 외에도 맛탕이나 샐러드 등 여러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 상 가득 차려야만 가을맛을 즐기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맛있는 음식보다 ‘제때 먹는 음식’이 맛있어
제철 음식의 재미는 꼭 값비싼 재료에 있지 않습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느 계절에 먹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한여름 뜨거운 군고구마와 찬바람 부는 날 먹는 군고구마가 똑같을 수 없고, 봄날의 전어와 가을 여행길에서 만나는 전어가 같은 기억으로 남기도 어렵습니다.
음식에는 맛뿐 아니라 그날의 날씨와 장소, 함께 먹은 사람까지 담깁니다. 그래서 오래전 먹었던 음식 하나를 떠올리다가 당시의 풍경과 사람이 함께 생각나기도 합니다.
가을은 그 기억을 만들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 밖으로 나가기 좋고 산과 들은 색을 바꿉니다. 여기에 제철 음식 한 가지가 더해지면 평범한 하루도 작은 여행이 됩니다.
이번 주말 어디를 갈지 정하지 못했다면 목적지를 먼저 고르는 대신 먹고 싶은 가을 음식 하나부터 정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전어가 생각나면 바다 쪽으로, 따뜻한 버섯전골이 당기면 산과 가까운 곳으로 길을 잡아보는 겁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고구마 한 봉지를 사 와도 좋겠습니다.
가을은 눈으로만 보는 계절이 아닙니다.
노랗고 붉게 물든 풍경을 보고,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그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한 술 맛보는 것까지가 가을입니다.
단풍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 몰라도 가을맛은 이미 식탁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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