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15 광복절 피격 사건… 소년시절 기억과 마주하다
영화 속 의혹에 깔린 오늘의 사회와 언론을 돌아보는 관람기

최근 영화계와 사회에서 화제와 논란을 함께 하는 영화 ‘암살자(들)’를 아내와 함께 관람했습니다. 관람 이전에 배우 유해진을 향한 항의 시위와 신변보호 요청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가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기에 배우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한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에 발생한 영부인 피격 사건은 중학생 시절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여름방학 중에도 국경일이면 학교 기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던 시절입니다.

다니던 중학교가 멀어 버스로 다니던 때라서 학교 행사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던 길이었습니다. 동네 전파사 앞에 어른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던 때가 아니어서 전파사에서 켜놓은 텔레비전으로 보는 모습이 흔했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 본 텔레비전에서는 문세광의 총격으로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았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사건의 정치적 배경이나 복잡한 내막은 모르고 그저 큰 사건이 났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알고 그 뒤에도 관심을 갖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억 한편에 머물러 있던 일이 영화 한 편을 계기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영화가 과거의 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한 이유와 판단의 중요성
세월이 흐른 뒤 영화로 재조명된 당시 총격 사건을 놓고 여러 해석과 논란이 일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기에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게는 이 영화가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게는 했습니다. 당시에는 알기 어려웠던 사건의 맥락을 생각하게 하고,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사실에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그저 화면으로 접하고 말았던 사건을 이제는 이성적 판단으로 다시 바라본다는 사실 자체가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영화에서 경찰 간부 역할을 맡은 유해진을 향해 일부 시위 세력이 항의하는 상황도 생각할 거리를 남겼습니다. 작품 속 인물의 선택과 태도를 배우 개인의 생각이나 책임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배우는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고, 영화는 그 인물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작품 내용과 출연 배우 역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우의 사생활을 압박하는 행동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이념을 앞세운 구호가 사회 전반을 차지했습니다. 그 시대를 직접 겪은 사람에게는 익숙한 표현일 수 있지만, 오늘날에도 같은 잣대로 사람과 작품을 재단한다면 대화와 토론의 자리는 좁아지게 됩니다. 역사적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다룰 것인지는 충분히 논쟁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논쟁은 작품에 대한 비판과 사실에 근거한 토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남은 것은 과거에 대한 질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작품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불편한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영화 한 편이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기억을 끄집어내고, 과거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충분했는지 돌아보게 할 수는 있습니다.

중학생 소년 시절 전파사 앞에서 들었던 뉴스는 그때의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이제는 그 사건을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특히 기자로 한길을 걸어온 입장에서 본 당시 언론 현실은 가슴을 칠 정도의 애통함이 컸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독재와 언론 탄압에 맞서 당당하면서도 처절하게 투쟁하면서 언론자유를 지켜온 선배들의 모습에 절고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던진 질문이 내게도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할 것인지, 서로 다른 주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판단해야 할 중요성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언론자유를 누리면서 언론자유를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에 대한 책무에 대한 반성도 함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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