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6시부터 이어진 생계 노동… 폭염·한파에 명절 물량땐 '녹초'
회사 근무를 하면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습니다. 회사 일을 해도 마땅한 고정급이 없는 상황이라 많지 않은 돈이라도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이 필요했습니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하는 일을 1년여 이어왔습니다. 실제 작업 시간은 하루 2~3시간 정도입니다. 한 달을 일해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80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운동 삼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건강을 챙기면서 돈도 벌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작업 시간 두세 시간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두세 시간 일해도 오전을 고스란히 내주는 알바
상하차 아르바이트에 쓰는 시간은 작업장에서 박스를 옮기는 시간보다 깁니다.
자고 일어나 준비하고 근무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4시간 정도는 소요됩니다. 귀가한 뒤에 샤워도 필수입니다. 이렇게 일에 딸린 시간을 모두 합치면 사실상 반나절 이상이 지납니다.
하루 2~3시간짜리 아르바이트라는 설명만 보면 나머지 시간에는 회사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오전 시간 모두가 필요했습니다.
자연히 회사의 업무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은 심 이후가 됐습니다. 이에 미팅도 오후에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대방의 일정에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내가 가능한 시간부터 제한되니 업무에 적잖은 차질이 생기게 됐습니다.
적은 수입을 보태기 위해 시작한 일이 회사 업무 시간에도 영향을 주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그 수입을 포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만 두면 그만큼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버텨 나갔습니다.

운동 삼아 시작했지만 노동으로 다가온 일
처음부터 상하차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루 두세 시간 정도라면 어렵지 않은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운동은 내 몸 상태에 맞춰 강도를 조정하거나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하차 작업에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정해진 물량이 있습니다. 몸이 피곤하고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그날 처리해야 할 박스를 줄일 수는 없습니다.
11톤 화물차량 안에는 크기·무게가 다른 각각의 상자와 쌀·농산물 꾸러미 등이 빼곡히 쌓여 있습니다. 그것을 하나씩 컨베이어에 옮기는 하차 작업을 계속 이어서 합니다. 작업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박스가 크기와 상관없이 무게가 가볍지 않아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더 큰 어려움은 상하차 알바 일을 마친 뒤에도 해야 할 회사 업무가 있다는 점입니다. 오전에 몸을 쓰고 오후에는 미팅과 업무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상하차를 끝냈다고 해야 할 하루의 일이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일주일·한달…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에 상당한 부담이 쌓여 갔습니다. 더구나 60대의 나이로는 갈수록 버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아침 운동으로 생각했던 일(알바)이 하루 일정과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여름과 겨울에는 같은 시간도 다르게 느껴져
올여름은 역대급 무더위인 폭이 극심했습니다. 외부 온도가 40도를 육박하면서 지난 2010년 이후 8월 상순 최고기온이 39℃이상 42회로 최다였습니다. 일하면서 땀으로 목욕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입니다. 팔에 맺힌 땀만 봐도 온몸의 땀이 어느정도일지 갈음이 됩니다.
택배 물건이 실린 박스형 화물차는 사방이 막혀 있어 내부 온도는 가히 40도 이상이 됩니다. 숨이 탁탁 막힐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내외부 온도에 박스를 옮기면서 발생하는 몸의 열기까지 견뎌야 하니 많지 않은 시간을 일한다 해도 훨씬 지칩니다.
이에 택배업체에서는 온열질환 발생 등을 대해 시원한 생수를 제공하거나 관리사 등을 통해 식염포도당 등을 제공해 줍니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산재보험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 줍니다.
그런데도 상하차 작업은 체력과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친다해도 곧바로 회사 업무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안 됩니다. 땀으로 범범이 된 몸을 씻고 다시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까지 반나적 이상은 걸려야 했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한파에 손이 곱아 박스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박스 등 택배 물건을 들어 옮겨야 하는데 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작업 자체가 더 힘들게 됩니다.
처음 상하차 알바를 하면서 계산했던 것은 하루 두세 시간의 작업이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많아지는 물량에 피로가 누적되거나 일을 마친 뒤 다음 업무를 준비하는 부담까지는 미리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사전에 미리 판단하지 못한 내 머리를 부메랑처럼 계속 치고 있습니다.
명절 물량은 오후 일정에도 부담으로 남아 업무에 차질
설날·추석 등 명절을 앞두면 선물 상자 등이 대거 몰립니다. 택배 물량이 평소의 3~4배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지만 모두 처리해야만 일이 끝나게 됩니다.
상하차 작업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일을 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평소의 작업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 일정을 계획해도 명절에는 계획한 시간대로 움직이기 어려워 집니다.
상하차 알바만 하고 일이 끝나게 되면 알바를 마친 뒤 쉴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해야 할 회사 업무가 있기에 쉴 틈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전 작업이 길어지고 몸까지 녹초가 되면 오후에 해야 할 일을 감당하는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자연스레 미팅 시간은 오후 늦게로 잡게 됩니다. 이는 업무가 수월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명절 물량에 힘든 이유는 단순히 박스가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바쁘고 빠듯했던 하루 일정에 새벽부터 상하차 일에 내줘야 하는 시간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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