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도리에서 우연히 만난 용천수… 이름도 장소도 낯설어
철새도래지 습지 어우러진 숨은 풍경… 파란 하늘색 탄성 절로

제주를 여행하다 보면 유명 관광지보다 우연히 만난 작은 풍경 하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올여름 제주 여행길에서 만난 ‘탕탕물’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돌담 사이에 물이 고여 있는 작은 연못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곁에 세워진 안내판을 읽고 나니 그냥 지나칠 곳이 아니었습니다.
탕탕물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용천수입니다. 1980년대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 돌을 파내다가 물이 솟아나자 샘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물은 특별합니다. 화산섬 특성상 빗물이 땅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기 때문에 예부터 땅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해안가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탕탕물 역시 마을과 가까워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이용됐고, 지금은 생활용수와 어린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안내판은 전하고 있습니다.
‘탕탕물’이라는 이름부터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물의 양이 많아 탕탕하게 솟아난다고 해서 ‘탕탕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물을 끌어올리는 기계를 설치했을 당시 들렸던 ‘탕탕’ 소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마을 생활사 남아 있는 작은 샘터 하나… 여유 만끽
탕탕물만 보고 돌아서기에는 주변 풍경이 아깝습니다.
탕탕물이 자리한 곳은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하도리 철새도래지 습지입니다. 안내판에는 동쪽으로 숲이 있고 북쪽으로 농경지와 지미봉, 남쪽으로 넓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자 탁 트인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짙은 초록빛 갈대와 습지 사이로 물길이 보이고, 그 위에는 한여름 제주 특유의 파란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구름은 붓으로 길게 쓸어놓은 듯 하늘을 가로질렀습니다.
화려한 관광시설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유명 포토존도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주 마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은 샘터 하나에 마을의 생활사가 남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돌을 파냈다가 우연히 발견한 물이 주민들의 식수가 되고 생활용수가 됐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장소가 됐습니다.
여행은 이름난 장소를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모르던 장소의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올여름 제주 하도리에서 우연히 만난 탕탕물. 처음에는 이름이 재미있어 눈길이 갔지만 돌아서고 나니 기억에 남은 것은 물보다 그 주변의 풍경과 이야기였습니다.
제주는 작은 용천수 하나에도 사람들의 삶과 세월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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