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정~율곡습지공원 3시간40분 가을길 상쾌함 절로
임진각·장산전망대·화석정 등… 임진강 따라 역사여행

파주 임진강을 따라 13km를 걸으면 시간이 많이 걸려도 역사와 함께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만큼 곳곳에 역사 유적지가 있습니다.
출발점에서는 조선 세종 때 명재상 황희가 머물던 반구정을 만납니다. 조금 더 걸으면 분단의 현장인 임진각이 나타납니다. 다시 들판을 지나 임진강을 내려다보고 길 끝에서는 율곡 이이가 머물렀던 화석정을 만납니다.
한나절을 걸었을 뿐인데 조선시대에서 오늘의 분단 현실까지 수백 년의 시간이 한 길에 겹칩니다.
바로 파주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입니다.
평화누리길은 김포·고양·파주·연천의 DMZ 접경지역을 잇는 도보여행길입니다. 그중 반구정길은 반구정에서 출발해 임진강역·장산전망대·화석정을 지나 율곡습지공원까지 이어지는 13km 코스입니다.

갈매기와 벗하던 정자에서 길을 나서며 역사 속으로
출발점은 반구정입니다. ‘갈매기와 벗하는 정자’라는 뜻을 지닌 곳입니다.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말년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임진강을 바라보고 길을 나서면 풍경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자유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길을 지나 임진강역 방향으로 향합니다.
그러다 만나는 곳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입니다.
임진각은 단순한 관광지라기 보다 망배단·독개다리·증기기관차·평화의 종 등 한국전쟁과 분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넓은 평화누리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반구정에서 조선시대의 시간을 만났다면 이곳에서는 현대사의 한복판을 걷는 셈입니다.

임진각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다시 한적해집니다.
들판과 농촌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장산전망대에 닿습니다. 이곳에서는 임진강과 초평도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공식 코스 안내에서는 초평도뿐 아니라 기정동마을·개성공단 등 북녘 지역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 지점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이어가면 화석정이 보입니다. 임진강가 벼랑 위에 자리한 화석정은 율곡 이이와 인연이 깊은 정자입니다. 율곡이 학문을 닦고 후학들과 교류했던 곳으로 전해집니다.
반구정에서 황희를 만났는데 길 끝을 앞두고 율곡을 다시 만나는 셈입니다. 화석정을 내려와 율곡습지공원에 도착하면 13km의 반구정길도 끝납니다.
이 코스의 재미는 단순히 ‘경치 좋은 걷기길’이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반구정에서는 조선의 선비 문화를 만나고, 임진각에서는 분단의 시간을 지나며, 장산전망대에서는 임진강 너머를 바라봅니다. 화석정에서는 다시 조선의 역사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 길입니다. 걷다가 수백 년 전으로 갔다가 다시 현대사로 돌아옵니다. 그 사이를 임진강과 가을 들판이 이어줍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문산시외고속버스정류소 인근에서 마을버스 052번을 이용해 ‘사목1리·반구정’ 정류장에서 내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약 20분 소요되며 배차간격은 30분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한 가지는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종주형 코스이기 때문에 차량 회수 동선을 함께 짜는 편이 좋습니다.
유난히 하늘이 높아지는 10월은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유명 관광지 한 곳 대신 반구정에서 율곡습지공원까지 걸는 것도 파주의 역사를 만나는 색다른 방식입니다.
13km를 걸으며 지나온 것은 정해진 거리만이 아닙니다. 황희에서 율곡까지, 조선시대에서 분단의 현장까지 이어지는 파주의 역사를 두 발로 걸어오며 만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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