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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의 약속… 지켜야 할 것과 지키지 말 것

최고야님 2026. 10. 8. 21:39

손가락 약속 표시. 사진=픽사베이

살아가면서 지키는 ‘질서’…구실·핑계·변명에 밀려선 안 돼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약속을 한다. 말로 하는 약속부터 문서, 온라인 등 방법은 달라도 약속은 이어집니다.
약속은 글자 그대로 맺고 묶는 의미입니다. 서로의 관계 맺음을 흩어지지 않게 묶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약속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만큼 중요성이 있습니다. 서로의 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잡아 두는 행위에 가까운 표현이기에 그렇습니다.

약속을 뜻하는 한자를 보면 맺을 약(約) 묶을 속(束)입니다. 約은 뜻을 나타내는 ‘실 사’와 소리를 나타내는 ‘구기 작’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실로 물건을 묶거나 관계를 잇는 이미지에서 ‘맺다’, ‘약속하다’라는 뜻이 비롯됐습니다. 

束은 나무에 묶은 끈을 그려 만든 글자입니다. 여러 나무가 한데 묶인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에 단단히 묶은 실처럼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맺고 묶는 ‘약속’… 다양한 의미 만큼 중요성 더해

맺고 묶는다는 말을 이어 씀으로써 의미를 더합니다. 하나 맺을 약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덧붙이는 말은 묶는 속 외에도 여러 표현이 가능합니다. 

일상적인 약속에 더해 이행을 강하게 보장하는 확실한 약속인 확약(確約), 공개적으로 맹세하는 서약(誓約) 그리고 질서와 규칙을 위한 규약(規約)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 깊고 굳은 우정을 강조하는 단금지계(斷金之契·쇠를 끊을 듯한 약속) 등 사자성어도 다수 있습니다.

약속은 믿음과 같다. 사진=newsnlog

 

여기서 국어나 한자 공부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이렇게 예부터 강조돼 온 약속이 이런저런 구실로 의미가 약해지고 있어 보여 우려가 나옵니다.

속담에 여측이심(如厠二心) 즉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한자 같지만 사실 급한 사정이 있을 때는 간절하게 행동하다가 그 사정을 이루고 나면 원래의 호의나 약속을 저버리는 태도를 풍자한 말입니다.

돈을 빌릴 때는 간곡하게 부탁하던 사람이 빌린 돈을 갚을 때가 되면 연락을 피하거나 태도를 바꾸는 경우, 도움을 요청할 때는 매달던 사람이 목표를 이룬 뒤 나몰라라 하는 모습, 정치나 사회적 위기 때는 도움을 청하고 해결되면 입장을 바꾸는 행태를 지적하는 뜻입니다.

살면서 지키는 ‘질서’… 신뢰와 불신의 차이는 커

일반적으로 알려진 표현으로 조변석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결정을 저녁에 고치는 모습이란 의미로 결정이나 방침을 자주 바꾸는 행태를 질타하는 표현입니다.

여측이심과 조변석개는 둘 다 사람이 쉽게 바뀐다는 태도변화에서는 비슷합니다. 다만 여측이심은 절박함을 이용해 도움을 받은 뒤 태도를 바꾸는 사람에 자주 씁니다. 조변석개는 결정이나 방침을 쉽게 바꾸는 제도·정책·지도력에 자주 쓰입니다.

태도나 결정이나 정책이나 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너무나 쉽게 바꿉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다가 아닌 소를 위해 대를 희생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약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약속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오랜 ‘질서’입니다. 개인·단체·조직 등 지탱하는 원칙입니다. 더구나 제도·정책·지도력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 중합니다.

약속을 지켜야 신뢰가 생깁니다. 그래서 후자의 경우 단순한 약속이 아닌 공적인 약속이라는 공약(公約)을 쓰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불신이 생깁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인정해야 하나 대신 구실·핑계·변명을 합니다. 불신을 더 키우는 꼴입니다.

신뢰와 불신의 차이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신뢰가 커지면 큰일도 가능하지만 불신이 커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약속은 그저 약속으로 그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