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세상

[칼럼] 글 쓰는 글감과 솜씨가 셰프의 요리와 닮은 까닭

최고야님 2026. 10. 14. 21:03

글쓰기에 몰두하는 스케치. 이미지=newsnlog

 

글을 쓰는 사람은 셰프, 즉 요리사와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가 여러 재료를 조합해 하나의 음식을 완성하듯 글 쓰는 사람도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엮어 한 편의 글을 만들어냅니다. 

재료가 다양하면 만들 수 있는 음식도 많아집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에 활용할 정보와 경험이 풍부할수록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양해집니다. 

재미있는 소설에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각자의 사연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건이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인물이 많으면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치밀하게 구성될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글쓰기도 닮은 측면이 있습니다. 글감이 많을수록 글의 맛이 좋아집니다. 현장에 가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필요한 자료를 모아야 글이 풍성해집니다. 이렇게 재료를 취합하는 일 이른바 취재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바빠집니다. 가만히 앉아 구상으로만 작성하는 글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여기에 작가의 경험과 노력으로 글의 맛과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셰프가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무엇을 얼마나 넣으며 어떤 순서로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셰프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음식의 맛과 완성도가 달라지기에 그렇습니다.

 

작가와 셰프는 닮은 꼴일 수도 있다. AI 생성 이미지


이처럼 셰프나 작가나 모두 재료를 구하는 능력 못지않게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조합하는 '솜씨'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보한 재료를 모두 쏟아넣기보다 주제에 필요한 사실을 선택해야 합니다. 독자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지, 주장을 뒷받침하는지, 글의 흐름에 꼭 필요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좋은 글은 '많이 담은 글'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담은 글'입니다.

풍부한 취재 자료는 하나의 글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글은 같은 취재에서 시작하더라도 형식은 수필과 칼럼, 탐방기 식으로 서로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자료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고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글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다만 새로운 관점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자료가 뒷받침하지 않는 해석이 돼서는 안 됩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문장에 대한 감각과 필력은 필요합니다. 글은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야 합니다. 읽다가 턱하니 걸리는 부분이 나오면 더는 보지 않게 됩니다. 문장이 매끄러워야 호응을 받습니다. 빈약한 취재와 생각을 화려한 표현으로 덮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더 많이 보고 듣고 확인하야 합니다. 그다음 글의 핵심인 사실의 무게를 판단하고 불필요한 문장을 덜어내야 합니다.

셰프가 더 나은 맛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찾으려 노력하듯이 글 쓰는 사람도 많은 정보와 다양한 재료에 따른 분석과 판단으로 더 나은 글을 만들어야 합니다. 글의 경쟁력은 문장을 얼마나 멋지게 꾸미느냐보다 어떤 구성과 의미를 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글 쓰는 사람은 오늘도 빈 지면과 머리를 겨룹니다. 읽는 이가 공감하고 긍정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입니다. 글에는 글 자체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전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