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올라도 ‘하얀 장막’으로 모습 보이지 않게
익숙한 풍경을 낯선 세상으로 바꾼 새벽의 ‘마술’

새벽에 운동겸 산책겸 인근 창릉천을 가보니 산하가 사라졌습니다.
분명 어제까지 그 자리에 있던 산하인데 능선만 희미했습니다. 들판도 길도 모두 새벽 물안개 속으로 반쯤 몸을 감췄습니다.
해가 떠올랐습니다. 붉은 해가 물안개 위에 솟았지만 아침을 알리기에는 밝음이 모자랐습니다.
햇빛조차 ‘하얀 장막’ 같은 안개에 걸려 둥근 모습만 드러냈습니다.
평소 익숙했던 풍경이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였습니다.
가까이 서 있는 나무는 선명한데 몇 걸음 뒤의 나무는 흐려집니다. 더 멀리 있는 산과 내와 들판은 아예 경계가 없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물안개가 만든 자연 풍경은 묘했습니다.
보이던 풍경이 감춰지니 오히려 오래 바라보게 됐습니다.

저 안개 너머에 산이 있다는 것은 압니다. 길도 있고 들판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으니 있다는 사실조차 희미해지니 마치 안개가 머릿속에도 들어온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살다 보면 우리네 길도 저렇게 희미하게 보일 때가 있지요. 분명 있기는 있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까지 왔는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헤맬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길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조금 더 높이 오르면 물안개는 걷힙니다. 보이지 않던 산하도 다시 나타납니다.
산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그렇게 안개도 산하를 다만 사라지게 합니다.
자연은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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